블럭체인과 빠른 민주주의

블럭체인과 빠른 민주주의


최순실 사건이 터지기 바로 직전 이화여대에서는 학내 문제로 시끄러웠다. 지금도 이대에 다니고(?) 있지만, 그 때도 먼발치에서 구경할 수 있는 호사로운 기회가 있었다.

최경희 총장이 출근하는 본관 주위에는 늘 학생들이 진을 치고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 쓴 채 피켓시위를 하였다.
(마스크와 모자를 눌러 쓴 건, 학생들 얼굴이 들어 있는 언론사 사진을 일부 사이트 유저들이 못된 짓을 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였다)  
그 때 걸림막 중 하나에는 "총장님, 제자들의 느린 민주주의 대화방식을 존중해 주십시오" 라는 것이 있었다.

출처: http://news.joins.com/article/20498087


"느린 민주주의"라...그 때 나에겐 참 생경한 단어였다.

"느린" 이란 표현 자체가 왜 민주주의 앞에 붙었지?

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대의 민주주의에 익숙한 나에게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인상을 심어준 첫번째 조우가 아니었는가 싶다.


서설이 길었다.
바야흐로 IT에서는 블럭체인이 화두다.

기존 시스템 비교했을 때 블럭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탈중앙화라는데 있다.

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라 하는 것은 은밀한 곳에 있으며, 특별한 자격을 가진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는 폐쇄된 자원이다.
한마디로 블럭체인은 이 것을 걷어 차 버린 것이다.

왜 내 데이터를 너희들만 보고 너희들만 관리하는가?
너희가 조작했는지 안 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어?

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까.


블럭체인이 데이터인 블럭을 만드는 방식은 작업 증명이냐, 지분 증명이냐, 아니면 두 개를 하이브리드로 섞었느냐 등 여러가지가 나와 있고, 현재도 계속 개발 중에 있다.

하지만 핵심은 합의에 의한 방식이란 것이다. 노드가 됐든 지분이 됐든 51%가 손을 들어줘야 올바른 블럭으로 의미를 가진다.

이 방식은 앞서 얘기한 직접 민주주의처럼 빠를 수가 없다.

빠른 것은 왕정과 독재다. 기존 시스템이다. 아무리 빨라도 지금보다 빠를 순 없다.

네트웍에 참여하는 노드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데이터를 해킹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 만큼 시스템은 안정적이나, 그 댓가로 시스템은 느리다.

합의의 과정까지가 느리기 때문에 앞서 말한 느린 민주주의와 그 의미가 일맥상통한다.

최근 들어 빠른 블럭체인을 걸고 나오는 여러 시도들이 보인다.

여기서 직접 그것을 거론하는 것은 쬐금 위험하기 때문에(ㅎ) 그만두고 그 의미만 보고자 한다.


인터넷 속도를 높이고, 채굴 서버의 성능을 올려서 빠르게 하겠다는 정공법도 있고,

임시로 블럭을 생성 / 저장하고, 마치 이것이 실재 저장된 블럭인양 트랜잭션 처리하고, 향후 실패했을 시 거래 취소 등으로 구현해보려고 방식 등 다양한 편법(?)들이 있다.

그리고 어마무시한 영어 약자를 들이대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하겠다는 시도도 보인다.


그러한 시도들이 성공하여 메인넷으로 자리잡기를 솔직히 바란다.

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순 없다.

빠른 민주주의란 말이 왜 나는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는 창과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는 방패마냥 이리 어울리지 않게 들릴까?